옛날 우리 집에 쿠로라는 개가 있었다 내가 어릴 무렵 죽었기에, 내겐 별다른 추억이 없었다 하지만 부모님에게는 무척 애정을 가지고 키웠던 친 가족 같은 애완동물이었다
그치만 쿠로가 죽은 후, 부모님은 새 애완동물을 기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쿠로가 살던 개집은 텅 빈 채 뜰에 덩그러니 남아있었다
나보다 열 살 어린 여동생은, 어릴 적부터 이 개집에 가까이 가는 걸 무척 싫어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심하게 무서워했다
한 번은 여동생의 고무공이 개집 뒤로 굴러갔는데,무서워서 가져올 수가 없다며 울며 부탁할 정도였다
왜? 개집이 무섭냐고 물어보자 "안에 무서운게 있다며" 무서워했다
개집은 아무리 봐도 텅 비어 있었지만,여동생은 분명히 있다면서 몹시 두려워했다 고무공을 가져온 후 나와 아버지가 그 안을 살폈지만, 아무것도 없었다
하지만 어머니가 말하길 옆집 사람이 밤에 개 짖는 소리가 나서 시끄러워 죽겠다는 항의를 했다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'정말 뭐가 있는건가'라며 기분 나쁜듯 정원의 개집을 바라보았다
나 역시 한밤 중이라 개집 주변에서 개가 짖는 것 같은 큰 소리를 들었었기에 내심 불안했다
그리고 중학교 3학년 때, 비가 몹시 내리던 어느날 밤이었다 공부를 마치고 자려는데, 2층 창문에 서 있던 아버지가 아무 말 없이 내게 손짓했다 개집이 보이는 창문이었는데, 아버지의 모습이 뭔가 심상치 않다는 생각에 나는 다가갔다
그리고 아버지의 손짓을 따라 창문 밖을 내다봤다 거기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
세차게 비가 쏟아지는 와중, 개집 입구에서 흰 사람 그림자가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고 있었다
흐늘흐늘한 모습으로 빗속을 걸어다니더니, 근처를 배회하다 다시 개집으로 들어갔다 그게 둘 넘게 있었다 도저히 인간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
아버지는 속삭일듯이 "아무 말도 말거라:라고 말했다
다음날, 불안해하면서 학교를 다녀오니 개집은 깨끗이 사라진 후였다 그 자리에는 아예 땅까지 파서 콘크리트로 메워놓았다
지금도 그 날 밤, 나와 아버지가 무엇을 본 것인지 모르겠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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